2024.05.07(화)
신명기 16장 1-12절(구p.287)
염덕균 목사
<본문>
◎ 1 아빕월을 지켜 네 하나님 여호와께 유월절을 행하라 이는 아빕월에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밤에 너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음이라
2 여호와께서 자기의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에서 소와 양으로 네 하나님 여호와께 유월절 제사를 드리되
3 유교병을 그것과 함께 먹지 말고 이레 동안은 무교병 곧 고난의 떡을 그것과 함께 먹으라 이는 네가 애굽 땅에서 급히 나왔음이니 이같이 행하여 네 평생에 항상 네가 애굽 땅에서 나온 날을 기억할 것이니라
4 그 이레 동안에는 네 모든 지경 가운데에 누룩이 보이지 않게 할 것이요 또 네가 첫날 해 질 때에 제사 드린 고기를 밤을 지내 아침까지 두지 말 것이며
5 유월절 제사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신 각 성에서 드리지 말고
6 오직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자기의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에서 네가 애굽에서 나오던 시각 곧 초저녁 해 질 때에 유월절 제물을 드리고
7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택하신 곳에서 그 고기를 구워 먹고 아침에 네 장막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8 너는 엿새 동안은 무교병을 먹고 일곱째 날에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성회로 모이고 일하지 말지니라
○ 9 일곱 주를 셀지니 곡식에 낫을 대는 첫 날부터 일곱 주를 세어
10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칠칠절을 지키되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복을 주신 대로 네 힘을 헤아려 자원하는 예물을 드리고
11 너와 네 자녀와 노비와 네 성중에 있는 레위인과 및 너희 중에 있는 객과 고아와 과부가 함께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자기의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즐거워할지니라
12 너는 애굽에서 종 되었던 것을 기억하고 이 규례를 지켜 행할지니라
<해설>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의 삼대 절기 중 두 가지 절기, 유월절과 칠칠절(오순절)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 중 오늘은 유월절 절기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성경에 익숙하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유월절에서 말하는 ‘유월’은 ‘넘어가다’라는 뜻으로 ‘하나님의 재앙이 넘어갔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 머무르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애굽 땅에 열 가지 재앙을 내리셨는데, 그 중 마지막 열 번째 재앙이 각 가정에 ‘처음 난 것들의 죽음’이었습니다. 이때 이 재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어린 양’을 잡아 그 피를 집의 문설주에 바르고, 잡은 양을 함께 먹고, 무교병, 곧 이스트를 넣지 않은 빵을 함께 먹으면서 그 집 안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명기 말씀이 요구하는 바는 지난 40년 동안 광야에서 지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된 이후에도 바로 이 유월절 절기를 기억하여 지키라는 것입니다. 이때 이 유월절 절기를 지키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요?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첫 유월절 당시에 행했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유월절 제사를 위해 잡은 양의 고기를 함께 먹되, 다음날까지 고기를 남겨두지 않고 다 먹으며, 이스트가 들어간 빵인 유교병이 아니라, 발효되지 않은 빵, 곧 무교병을 먹는 것입니다.
유월절을 지키는 과정에서 첫 유월절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야 했던 이유는 그것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첫 유월절을 지키던 당시에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와 의미를 더욱 분명하고 확실하게 기억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월절의 재현’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기대하고 요구하신 바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정체성이 무엇에 기초하고 있는 지를 항상 기억하고 확인하라는 것입니다.
지금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켜야 하는 유월절 규례는, 유월절 규례를 잘 지키는 것 자체가 이스라엘 백성들의 구원을 결정짓는 조건이 되는 행위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유월절 규례를 통해 계속해서 떠올리고 기억해야 할 사실은 그들이 하나님을 위하여 행한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베풀어주신 큰 구원의 일입니다. 하나님의 역사, 하나님의 일하심, 하나님의 은혜, 하나님의 구원을 기억하기 위해 그들은 첫 유월절의 모습을 재현해야 했던 겁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는 동일하게 유월절 규례에 관해 말하고 있는 출애굽기 12장 말씀에는 없는 독특한 표현이 하나 등장하는데요. 그것은 2절, 6절, 7절에 기록되어 있는 “여호와께서 자기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이라는 표현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여호와께서 자기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은 구체적으로 어디를 의미할까요? 그것은 바로 ‘성막’, 나아가 ‘성전’이 세워질 장소를 의미합니다.
지난 40년 광야에서의 기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여호와께서 택하신 장소’는 그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는 ‘여호와의 성막’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갈 것이고, 각 지파별로 가나안 땅 이곳저곳으로 흩어져서 각 지역을 차지하여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여호와께서 택하신 장소’는 어디가 될까요? 그때도 여전히 ‘성막’이 있는 장소, 좀 더 구체적으로는 ‘여호와의 언약궤’가 있는 바로 그 장소가 ‘여호와께서 택하신 곳’이었겠지요.
시간이 흘러 다윗과 솔로몬 시대를 거치면서 그 장소는 ‘예루살렘에 있는 성전’으로 안착 됩니다. 이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단에서 브엘세바까지, 곧 가나안 땅 전 지역에 흩어져서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년 아빕월이 가까워지면, 그들은 바로 이 유월절 절기를 지키기 위해서 멀든지 가깝든지 ‘여호와께서 자기 이름을 두시려 택하신 곳’, 곧 ‘성전이 있는 곳’으로 나아와야 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첫 유월절에 있었던 일들을 재현하며 자신의 정체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시작은 그들 스스로가 군사력을 모아 애굽으로부터 봉기를 일으켜 독립 투쟁을 일으켰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시작은 하나님께서 애굽에 내리신 열 번째 재앙 중에서 어린 양의 피를 보시고 그들을 ‘유월’, 곧 ‘넘어가셨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것은 ‘유월절을 지키는 것’으로 이들이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조건을 만족시킨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이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의 크신 자비와 긍휼 아래에 놀라운 구원을 경험한 하나님의 백성이기 때문에 지키는 규례입니다. 곧 그들이 ‘유월절’을 기념하여 지키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자신들에게 베풀어주신 구원의 은혜를 기념하고 지키기 위한 기쁨과 감사의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구약 시대에 이 유월절을 지키는 것으로 기억하고 기념하고자 했던 그 의미는 신약의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드리는 공예배와 공예배 시간에 행해지는 ‘성찬식’이 바로 이 의미를 고스란히 이어 받고 있습니다. 성찬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기념합니까? 바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유월절 어린 양으로서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자기 몸이 찢기시고, 피 흘리셨음을 기념합니다. 이것을 기억하고 기념함으로써 우리는 무엇을 확인합니까? 우리의 구원이 누구로부터 주어진 것인지, 우리가 누구에게 속한 자인지, 우리가 무엇을 위하여 부름 받았는 지를 기억합니다. 우리의 구원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으심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의 목숨과 핏값으로 친히 우리의 죗값을 치르셨기에,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가 된 자들입니다. 그렇기에 이제 우리의 삶은 우리 자신의 사사로운 바람과 욕망을 이루기 위해 세상과 동일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거부합니다. 오히려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만한 거룩한 산 제물로 내어드리는 삶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사장 나라, 거룩한 백성’의 삶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유월절 절기를 지키는 것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나아갔듯이, 우리는 매주 드리는 공예배와 예배 시간에 행해지는 성찬 예식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하며 고백하며 나아갑니다. 바로 이 예배의 시간과 자리를 기뻐함과 사모함으로 나아오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특히나 성찬이 행해지는 주일을 간절함과 사모함으로 나아오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그렇게 우리의 정체성을 바르게 확인하며 진정한 기쁨과 감사 속에서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백성으로서의 삶을 살아내는 우리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
<기도제목>
1. 예배와 성찬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확인하며, 하나님의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도록.
3. [주보] 어린 아에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영육간에 강건함을 허락해주시고, 하나님의 은혜 안에 거하는 가정들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