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9(금)
마가복음 3장 20-35절(신p.57)
염덕균 목사
<본문>
◎ 20 집에 들어가시니 무리가 다시 모이므로 식사할 겨를도 없는지라
21 예수의 친족들이 듣고 그를 붙들러 나오니 이는 그가 미쳤다 함일러라
22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서기관들은 그가 바알세불이 지폈다 하며 또 귀신의 왕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낸다 하니
23 예수께서 그들을 불러다가 비유로 말씀하시되 사탄이 어찌 사탄을 쫓아낼 수 있느냐
24 또 만일 나라가 스스로 분쟁하면 그 나라가 설 수 없고
25 만일 집이 스스로 분쟁하면 그 집이 설 수 없고
26 만일 사탄이 자기를 거슬러 일어나 분쟁하면 설 수 없고 망하느니라
27 사람이 먼저 강한 자를 결박하지 않고는 그 강한 자의 집에 들어가 세간을 강탈하지 못하리니 결박한 후에야 그 집을 강탈하리라
28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의 모든 죄와 모든 모독하는 일은 사하심을 얻되
29 누구든지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영원히 사하심을 얻지 못하고 영원한 죄가 되느니라 하시니
30 이는 그들이 말하기를 더러운 귀신이 들렸다 함이러라
31 그 때에 예수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와서 밖에 서서 사람을 보내어 예수를 부르니
32 무리가 예수를 둘러 앉았다가 여짜오되 보소서 당신의 어머니와 동생들과 누이들이 밖에서 찾나이다
33 대답하시되 누가 내 어머니이며 동생들이냐 하시고
34 둘러 앉은 자들을 보시며 이르시되 내 어머니와 내 동생들을 보라 또는 형제들
35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해설>
자신에게 몰려들었던 무리들로부터 잠시 떠나 계셨던 예수님께서는 이제 자신이 택하신 ‘열둘’을 데리고 거주하고 있던 처소로 복귀하십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이때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향해 몰려드는 무리들을 거부하거나 내치지 않으시고, 계속해서 병을 고치시고, 귀신을 내쫓아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병을 고쳐주면 고쳐주실수록, 귀신을 쫓아내면 쫓아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으로 보입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잠시 식사하실 겨를조차도 없이 치유와 회복의 일들을 감당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이 예수님을 향해 몰려들면 몰려들수록, 예수님을 향한 유대 지도자들의 반감과 적대감 또한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결국 이들은 예수님을 배척하기 위한 묘안들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는, 예수님에 관한 나쁜 소문을 퍼트리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과 행동들 중에서 당시 유대 사람들이 오해할 만한 것들을 앞뒤 맥락을 다 잘라낸 상태로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수라는 자가, 하나님만 하실 수 있는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지녔다고 주장했다!’, ‘예수라는 자가, 죄인과 세리들과 교제하며 어울리고 지낸다!’, ‘예수라는 자가, 우리의 규례인 금식은 따르지 않고, 오히려 안식일에 밀밭에서 이삭을 잘라 먹었다’, ‘예수라는 자가, 스스로를 안식일의 주인이라 주장을 했다!’라는 식으로,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소식은 갈릴리 나사렛에 있던 예수님의 친척들과 예루살렘에 있던 서기관들에게 까지 전달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은 바로 이 소식을 들은 예수님의 친척들이 예수님을 만류하기 위해 예수님을 찾아오는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가족’과 ‘친족’ 관계는 현대와는 비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긴밀하고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가족과 친족이라고 하는 울타리가 한 개인의 삶과 생활 수준, 사회적 지위 등에 대한 좋은 발판과 울타리가 되어주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구성원 중 하나로 인해 일가친척 전체가 몰락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였습니다. 그런 시대에, 예수님을 향한 ‘왜곡’ 된 이야기들이 예수님의 가족과 친척들에게도 전달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가족과 친척들은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일들을 막기 위해 예수님이 계신 곳으로 몰려 온 것입니다.
이어서 예수님을 배척하기 위한 유대 지도자들의 두 번째 묘안은,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기적’이 ‘하나님’께로부터 나온 능력이 아니라 ‘귀신의 왕’ 바알세불에게 받은 능력으로 행하는 기적이라고 폄훼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유대 지도자들도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수많은 기적들 - 병든 자를 고치고, 귀신들을 쫓아내시는 일 -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시도한 일은, 예수님께서 일으키시는 기적은 하나님께로부터 나온 선하고 정당한 기적이 아니라, 귀신으로부터 나온 악하고 부당한 일이라고 폄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때 유대 지도자 그룹 중 하나인 사두개인들이 이렇게 주장한 데에는 그들 나름의 근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이미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귀신들이 예수님과 마주할 때면, 예수님께 엎드려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귀신들이 예수님 앞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니, 이것은 예수가 행하는 모든 일들이, 실은 하나님께로부터 나온 권세가 아니라 귀신들의 왕 바알세불로부터 권세를 받아서 행하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 예수님의 친척들이 예수님을 만류하기 위해 찾아온 그 자리에서, 서기관들과 예수님 사이에서 바로 이 논쟁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가족과 친척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문에 속한 자가 미쳤다는 소식을 들은 것만으로도 안타깝고 불안한 상황인데,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서 예수님이 유대 지도자 그룹 중 하나인 사두개인들로부터 귀신의 왕 바알세불의 권세를 힘입어서 이런저런 일들을 행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있으니 더더욱 만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은 자신들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예수님께 알려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을 둘러싸고 있던 무리들은 예수님께 이 소식을 전합니다. “예수님, 당신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당신을 찾으십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예수님께서는 무엇이라고 대답하십니까? 오늘 본문 33절 말씀인데요. “누가 내 어머니이며 동생들이냐”(33절) 자신을 찾아온 가족들을 향해 예수님께서 보이신 반응은 “그들은 내 가족이 아니다!”라는 인상이 들만큼 매정하고 냉담한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이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예수님을 찾아온 두 부류의 사람들 - 한쪽은 예수님의 친인척들이고, 다른 한쪽은 사두개인들인데요. 그들 - 의 구체적인 신분과 입장은 달랐지만, 결국 이 두 집단 모두 ‘동일한’ 오류에 빠져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두개인이 예수님을 찾아온 이유는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사역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예수님의 사역을 훼방 놓고, 나아가 예수님을 부정하기 위함이었습니다 . 예수님의 친인척들이 예수님을 찾아온 이유는 예수님에 대한 여러 좋지 않은 소문을 듣고 예수님의 상태를 확인하고, 혹여나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사역이 가문과 일가친척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그 구체적인 동기와 출발점에서는 조금 상이한 지점이 있었지만, 결국 이 두 부류는 하나같이 예수님의 행보를 멈춰 세우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었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예수님에 대한 오해와 무지로 인해 예수님의 행보를 방해하고 가로막는 자들은 예수님의 진정한 ‘가족’이 아니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비록 예수님의 어머니를 비롯하여 진정 예수님을 위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예수님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만류하려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에 있는 동기가 그들이 예수님께 보이고 있는 행동과 태도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지는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예수님의 가족들이 보여준 모습은 예수님을 향한 적대감을 가지고서 예수님의 사역을 훼방 놓기 위해 찾아온 사두개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가족의 기준을 제시해 주시는데요.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35절)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뜻’ 대로 행하는 자가 바로 예수님의 가족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자’는 비록 혈연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진정한 가족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특별히 여기서 말하는 ‘하나님의 뜻’은 예수님을, 하나님이 보내신 ‘메시야’로 알고, 예수님을 통해 주어지는 ‘하나님 나라’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두개인들의 악의적 반감에 의한 훼방도, 예수님의 일가친척들의 무지에 의한 만류도, 하나같이 예수님을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의 뜻을 거부하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자들입니까? 우리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기준에 따라 예수님의 ‘진정한 가족’이라고 불릴만한 자들입니까?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기 위해 그분의 뜻을 알아가는 일과 그분의 뜻에 순종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까?
<기도제목>
1. 우리의 반항심과 무지로 인해,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도록.
2.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 위하여, 그 뜻을 아는 일과 순종하는 일에 우리 자신을 기꺼이 내어드리도록.
3. [주보] 명절 연휴 성도들의 오가는 길을 안전하게 지켜주시고, 친척들과의 교제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가 풍성하도록.